‘어바웃타임(About Time)’은 시간여행이라는 로맨틱 판타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 가족, 그리고 소중한 순간들이다. 특히 40대 여성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지나온 세월과 감정이 켜켜이 쌓이며 더욱 뭉클하고 깊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을 바꾸는 힘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감성의 기술
주인공 팀은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스물한 살 생일에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남자들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비밀을 듣는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믿기 힘들지만, 곧 그는 이 능력을 연애와 실수의 수정, 가족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일에 써보기 시작한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 메리를 만나면서 그는 시간여행을 반복하며 실수를 고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며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도, 결국 삶의 아름다움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40대 여성인 우리가 이 대목에서 느끼는 감정은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 일상은 반복되고, 감정은 무뎌지고,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하지만 팀이 하루를 두 번 살아보며 느끼는 깨달음—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의 향, 아이가 건넨 쪽지, 남편과 나눈 따뜻한 눈빛 같은 사소한 순간들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지금 이 순간'을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오늘을 진심으로 살려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감성의 기술이다.
가족의 의미, 나이 들어 비로소 느끼는 사랑
어바웃타임은 단순한 연애 영화가 아니다. 팀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영화는 더 깊은 주제를 다룬다. 특히 팀의 아버지는 영화 전반에서 팀을 사랑으로 품고 조용한 조언자로서 그의 삶을 이끌어준다. 그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 해변에서 산책하며 주고받는 짧지만 깊은 대화는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40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이 장면은 단순한 부자 관계를 넘어서, 이제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렸을 땐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들의 희생과 고민을 미처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우리가 서 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의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영화 속 아버지처럼, 팀도 결국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보다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부모님이 곁에 계신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지고, 이미 떠나보냈다면 그들과의 추억을 더 소중히 품게 된다. 어바웃타임은 우리에게 ‘가족은 함께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진리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알려준다. 팀이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과거로 다시 가는’ 선택을 하는 장면은, 그만큼 가족이 인생에서 얼마나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은 할 수 없지만, 오늘 부모님과 자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할 수는 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 오히려 더 진짜다
팀과 메리의 연애는 우연과 반복, 실패와 선택으로 점철되어 있다. 시간여행 능력 덕분에 팀은 여러 번 실수를 고치고 최적의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결국 그가 가장 행복했던 날들은 ‘무언가를 수정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이 점에서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완벽하게 꾸며진 사랑보다, 불완전하지만 진심이 담긴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40대 여성이 된 지금, 우리는 과거의 로맨틱 판타지를 벗어나 현실 속 사랑의 민낯을 본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 책임이고, 설렘이 아닌 일상의 반복 속에서 점점 자라나는 신뢰다. 메리는 영화 내내 특별한 대사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행동과 일상에서 느껴지는 삶의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육아로 지쳐있어도 남편에게 애정을 잃지 않고, 바쁜 하루 중에도 작은 눈빛과 스킨십으로 팀과 연결되어 있다. 팀 또한 그녀의 작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이벤트보다 일상의 리듬을 함께 맞추려 한다. 이처럼 영화는 ‘사랑이란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꾸준히 걸어가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열정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랑이 ‘뿌리 내리고 있는 중’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어바웃타임은 그런 현실적인 사랑을 조용히, 하지만 진하게 그려낸다.
‘어바웃타임’은 그 어떤 영화보다 인생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작품이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삶의 디테일—가족의 말 한마디, 사랑하는 이의 눈빛, 평범한 하루의 저녁 풍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특히 40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삶을 더 다정하게 살아갈 용기를 건넨다. 우리는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을 진심으로 살아낼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