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당거래>는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싼 수사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범죄 해결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정의가 어떻게 거래되고 왜곡되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본 글은 줄거리 요약이나 인물에 대한 감상보다는, 이 영화가 제시하는 제도적 구조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특히 성과, 책임,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있음을 구조적으로 설명합니다.
정의를 가장한 성과 중심 수사
<부당거래>에서 수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조직이 요구하는 성과를 빠르게 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사건 해결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여론을 잠재우고 조직의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목표로 설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을 찾는 행위는 진실 탐구가 아니라 결과를 맞추는 작업으로 변질됩니다. 수사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움직이며, 증거와 진술은 그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성과주의가 어떻게 정의를 대체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왜곡이 일부 부패한 인물의 일탈로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부의 압박, 언론의 관심, 조직 내부의 경쟁은 모두 수사관들로 하여금 ‘빨리 끝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게 만듭니다. 이 목표 앞에서 절차와 윤리는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수사는 더 이상 옳고 그름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 여부로 평가되는 프로젝트가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관 개인이 느끼는 죄책감이나 갈등조차 구조적으로 무력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성과를 거부하는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거부는 곧 배제나 실패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 섹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당거래에서의 수사 실패는 무능이나 부패 때문이 아니라, 정의를 성과로 환산하는 구조 자체가 이미 진실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권력과 책임의 전가 구조
<부당거래>의 핵심에는 권력이 책임을 어떻게 아래로 전가하는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화 속 권력자들은 직접적인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면서도, 결정과 지시를 통해 결과를 통제합니다. 이때 책임은 항상 실행자에게 귀속되며, 결정권자는 구조 뒤에 숨어 안전한 위치를 유지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부당함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위계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드러냅니다. 수사관과 브로커, 그리고 말단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타협을 강요받으며, 그 타협은 다시 더 약한 위치의 인물에게 전가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누구도 스스로를 악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각 인물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며, 더 큰 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화가 반복될수록 책임의 주체는 사라지고, 결과만이 남습니다. 영화는 권력이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책임이 분산되는 구조 속에서 정의가 얼마나 쉽게 증발하는지를 강조합니다. 이 섹션의 결론은, 부당거래에서 문제의 핵심은 누가 나쁜 짓을 했는가가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소모되는 결말의 필연성
<부당거래>의 결말은 정의가 회복되거나 부패가 청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오히려 개인이 소모되고 교체되는 구조를 강조합니다.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인물들의 삶은 복구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특정 인물이 처벌받는 장면보다, 시스템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작동하는 모습을 통해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개인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며, 문제의 원인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순간 구조는 안전해집니다. 이 결말은 냉정하지만 일관적입니다. 정의를 위해 싸운 인물조차 결국 시스템 안에서 소비되며, 그의 선택은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통쾌함이나 해소를 제공하지 않고, 불편함과 허무함을 남깁니다. 이는 의도적인 선택으로, 정의가 개인의 의지로 실현될 수 있다는 환상을 해체하기 위함입니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당한 거래가 반복되는 이유는 나쁜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개인이 소모되어도 구조가 유지되는 시스템이 견고하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이 결말은 해결이 아닌 질문으로 남으며, 관객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구조여야 함을 조용히 강조합니다.